배우는 즐거움

크고 작은 기적을 만드는 책마을 해리

배움의 꿈이 이루어지는 마을

고창군 해리면에는 마법이 펼쳐진 듯 책으로 멋지게 꾸며진 공간이 있다. 도서관이면서 학교이기도 한 이곳의 이름은 <책마을 해리>. 폐교가 자리했던 이 공간은 삶에 지친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의 꿈을 실현해 볼 수 있는 배움터가 되었다.

책마을 해리 전경과 내부 모습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배움과 교육에 목마른 동네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한글교실’프로그램은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치고,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생 밭만 일구며 살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글과 그림을 배우며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됐다. 출간된 책들은 어르신들의 인생과 철학, 삶의 지혜 등을 엿볼 수 있어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책마을 해리 북카페에 진열된 상품과 책들

책을 펴내는 책마을 해리

2012년 ‘책마을 해리’가 설립된 후 출판, 독서, 교육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책을 읽고 직접 글을 쓰며 책도 펴내는 ‘출판캠프’와 ‘그림책 학교’, ‘한지와 활자체험’, ‘어린이시인학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첫 시작은 평생 동안 농사에 지쳐있던 할머니 손님들이 이곳에 들러 잠시나마 책의 즐거움을 느껴보시도록 마련된 한글교실이었다.

아늑하게 꾸며진 도서관 내부

이 수업은 2013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글교실은 그동안‘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오시던 할머니들의 삶을 변화시킨 기적의 장이었다. 학교에 다닌 적도 없고, 글이나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난생 처음 연필을 쥐어보게 되었다. 낫이나 호미 사용에는 선수이지만 연필 쥐는 근육이 없어 힘없이 연필을 놓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들께서 이미지와 글이라는 표현매체를 사용해 펴낸 책이 ‘밭매다 딴짓거리’이다.

책마을 해리의 대표 도서들과 책마을 책학교 소개글

그림은 공통의 언어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림을 배운 할머니들은 자신의 고무신이나 호미에 본인의 그림을 직접 그려 넣으시고, 수업 때마다 그 신발을 꼭 신고 오셨다고 한다. 농기구를 들고 농사를 짓던 할머니들은 가슴속에 글자 하나하나가 새겨지며 시간이 갈수록 삶의 모양이 바뀌어져갔다.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을 모아 펴낸 책으로는 ‘여든, 꽃’, ‘마을, 숨은 이야기 찾기’, ‘개념어 없이 잘 사는 법’ 등이 있다. 특히 ‘여든, 꽃’ 책 표지의 꽃그림은 외국인들에게 주목받기도 했다. 화제작이었던‘여든, 꽃’의 저자이신 고 김선순 할머니의 두 번째 책이 올해 출간 예정이다.

책마을 해리 운영진들의 회의 모습

모두의 캠프, 모두의 학교

이곳에서는 시기별로 운영되는 다양한 캠프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책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 출판을 직접 기획해보면서 주어진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게 된다. 특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면서 책에 대한 흥미가 한층 더해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놀이시설이 마련된 드넓은 운동장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부터 글 쓰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작가 지망생들, 뒤늦게 글자와 학문을 배우고 싶은 어르신들까지 아우르는 ‘책마을 해리’는 모두의 도서관, 모두의 학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