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책짓는 마을, 책마을 해리


이대건대표를 만나다


독서는 삶의 소양을 길러주는 평생교육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글을 깨우치고, 인생을 배우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때로는 책 한 구절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 ‘평생교육자’ 이대건 대표를 만나본다.

책마을 해리 이대건 대표

Q. 대표님의 간단한 소개와, 책마을 해리에 대해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원래 서울에서 출판기획자로 일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증조부가 세우신 나성초등학교가 없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2006년에 나성 분교를 인수했습니다. 그 후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교육’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그 가치를 지키면서도 제가 오랜 시간 꿈꿔온 ‘책 세상’을 만들고자 결국에는 서울에서 고창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플라타너스 나무 위 오두막 도서관과 벽화로 꾸며진 관사

Q.<책마을 해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책마을 해리>는 이름답게 책으로 꾸며진 곳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운영되는 각종 캠프를 통해서 책의 제작 과정을 알 수 있으며, 어느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들어올 땐 입장료 대신 책 한권을 구매하면 됩니다. 구매한 책을 가지고 프로그램 중 하나인‘책감옥’에 들어가서 다 읽을 때 까지 나오지 않는 것도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테마별로 전시된 책

Q.평생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책마을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평생교육이라는 것은 내 인생이 한 단계 더 나아지기 위해 평생의 관심을 쏟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의 자세를 이어가기 위해서 책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지역의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주변 도서관 이용하기나 책 읽기 프로그램을 서로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그 안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정보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젊은 층이 대신 기록해 준다거나, 문해교육 등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배움은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기획되면 좋겠습니다.


옛 시절 책을 만들 때 사용하던 활자 인쇄기

Q.한국출판학회상을 수상 하셨죠?


A. 지역 주민이 저자로 참여하는 참신한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도서는 지역 출판사의 외연을 확장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으며, 제 40회 한국출판학회상 기획·편집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출판, 독서, 교육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운동을 활발하게 펼친 공을 인정받게 되어 남다른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열었던 제3회 고창 한국지역도서전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덕분에 수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모임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제주에서 첫 번째 도서전이 있었고, 두 번째가 경기도 수원, 그리고 고창에서 30~40여개의 출판사가 참여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Q.작년에 많은 이목을 끌었던‘책 영화제’는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A.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다가 책이 원작인 영화들을 상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이 더 좋은 영화도 있고, 책보다 잘 각색된 영화도 있는데 그 접점을 나누는 시간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창문너머 도망친100세노인’을 상영한 일인데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막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한글 대본을 구해서 녹음하고 편집을 했어요. 어린학생이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낸 어설픈 더빙과 입과 맞지 않게 튀어나오는 더빙들. 상영 현장은 그야말로 웃음폭탄이 터졌죠. 그래도 어르신들에게 영화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예쁜 마음들이 모여 축제의장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한글날 전후로 ‘책 영화제’를 열 예정입니다.



어린이도서관내부, 책마을 해리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직원들

Q.책마을 해리에 방문한 사람들이 꼭 얻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A.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 한번 들어가면 가지고 들어간 책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는 ‘책감옥’을 추천해드려요. 바쁜 우리는 책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맘 편히 책 한권 읽을 공간도 별로 없고, 여유시간이 많지 않은 현실인데요. 시끄럽게 울려대는 휴대폰을 잠시 던져두고 책과 함께 저자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을 여는 순간 다른 문화계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Q.앞으로 책마을 해리에서 추진하고 싶은 행사 또는 사업이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A. 현재 계획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방과 후 아카데미’를 좀 더 체계적인 학교의 틀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지자체와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집출판과 만화출판 등의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5-10명이 한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 많은 이들이 저자로서의 기회를 누려보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진행했던 ‘부엉이와 보름달’같이 달 아래에서 부엉이처럼 밤새 책을 읽자는 취지의 심야책방과 함께, ‘북앤베드(book&bed)’라는 서가형 침대를 구상해 청소년 팀이 북스테이를 하며 책과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책 영화제’에서는 ‘북 시네 토크(book cine talk)’라는 코너를 추가해 책과 영화이야기를 나누고, 고창의 영화촬영 장소를 함께 투어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책마을 해리 도서카페, 이대건 대표와 직원들

이대건 대표는 책 속에서 다양한 배움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며, 해리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을 통해, 우리는 살아있는 교육을 만나게 된다. 책을 통해 함께 웃고, 울고, 힘을 얻는 모습은 평생학습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도 자발적인 학습을 통해 주민이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지역공동체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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